이 사업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서 발주하는 생태공원 프로그램 운영관리 민간위탁사업 이야기다. 23만평 규모의 샛강공원에 연 1억5천, 프로그램을 운영할 3명의 인건비와 센터 최소한의 관리수선비 정도다. 일의 범위와 규모 대비 보상은 턱없이 적은 일이다. 민간위탁 과업범위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생태공원에서 프로그램 운영하려면 공원관리, 민원처리는 기본으로 수반된다. 또, 제대로 이 넓은 범위의 공원을 시민들이 누리도록 하려면 샛강을 이용하는 사람이 생태와 연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소중한 것을 함께 가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에 어느 단체라도 선뜻 입찰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업을 맡으면 조합이 또 3년 큰 고생하겠지만, 점차 아름다워지고 있는 샛강과, 샛강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응당 힘들어도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6년간 샛강 변화의 구심점이 되었고 아직은 할 역할이 남아있으니 당연히 한강조합에 위탁하겠지라고 생각했던게 자만이었을까. 한강조합은 위탁심사에서 탈락했다. 시민들은 미래한강본부에 찾아가 담당자와 책임자를 만나 항의하고,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사회관계망(SNS)으로 소식을 전하고 부당한 처사에 목소리를 내고, 미래한강본부장과의 간담회도 나왔다. 이제 우리는 ”왜 민간위탁의 취지를 1,000%, 10,000% 살려 일하는 단체가 떨어졌는가”는 이제 서울시에게 묻지 않는다. 행정소송을 통해 용역사업 과업범위의 적절성, 평가 기준, 심사 구성의 적법성을 따져 볼 것이다. 그사이 샛강을 돌보아야 할 손과 마음, 머리는 지난하고 비용드는 과정을 거드느라 힘이 빠질 테고, 행정소송을 통해 나온 결과는 서울시와 우리 모두를 헛헛하게 할 것이다.

복기해본다. 2019년 2월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은 서울시의 용역을 받기 전부터,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샛강에 자원활동을 꾸려 가시박을 걷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샛강을 가꾸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위탁사업을 받아 정식으로 큰 샛강땅을 가꾸기 시작했다. 위탁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공원 식생 및 시설관리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정하여 공원을 생태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공원 이용자들의 편의도 도모했다. 무장애 숲길도 생겨나고, 아이들을 위한 생태 놀이터, 나뭇가지를 곁대로 만든 생태 탐방로와 다양한 수종들이 이 분들을 통해 생겨났다. 잘 관리된 공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위탁사업 범위 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강조합은 한 번 들렀다 소비하고 가는 자연이 아닌 함께 가꾸는 자연이 될 수 있게, 샛강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어우러지게 했다.

위탁사업에는 없었지만, 샛숲 사이로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멸종위기 야생동물 수달똥을 찾아가는 사람들, 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쓸모 없는 땅에 식생을 가꾸고 연구하는 사람들, 벌의 삶을 관찰하는 사람들, 숲 안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 매월 한 번 함께 모여 한강 말고도 다른 강을 유람하는 사람들, 샛강의 생태를 설명하고 나누는 사람들,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의 산책을 돕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100% 자생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외부 자원을 유치해 추진한 강의 생태와 문화를 가꾸는 다양한 지원사업 덕분이었다. 또, 샛강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자 샛강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겼다. 주5일 근무하는 직원이 다 할 수 없는, 주말아침 샛강생태공원 방문자 센터를 열고 정리하는 일거리가 생겨났고, 늘어난 공원 이용객에게 샛강을 설명해주는 일거리가 생겨 났다.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은 이러한 일거리들을 잘 그러모았다. 그리고, 일을 구하기 어렵거나, 일할 엄두를 못내는 어르신과 장애인에게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유치하여 샛강관리에 필요한 활동을 버젓한 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왜 ****이리 자세하게 한강조합의 일을 아느냐 하면, 나는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의 이사이기 때문이다. 20대 때 환경관련 자원활동을 한 것이 인연이 되었고 비영리 영역에서 사업 성과관리, 평가를 해오다 보니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2022년 조합의 이사가 되면서 참참히 조합 활동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고, 그 때마다 조합에서 어떻게 시민과 함께 사업을 만들어왔는지 목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비영리 지원사업은 다른 조직에도 많은데, 유난히 한강조합의 지원사업들은 참여하는 사람과 조직을 신나게 한다는 게 보였다. 그래서 그 비법을 배우기 위해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다음은 내 관찰학습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비영리 지원사업에 재정적으로 풍족해서 신날 일은 거의 없다. 정부 단가에 맞춘 기본적인 인건비와 활동에 들어가는 준비물의 실비다. 그것을 위해서 계획서를 쓰고, 영수증을 붙이고, 보고서를 내야하는 시간들은 활동시간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하는 것은 그 활동이 좋고, 그 활동을 널리 알리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 사람으로서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그 일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가의 진심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지원기관은 사실 별로 없다. 그저 일당벌이 하는 사람정도로 대우하기 일쑤이다. 그것도 모자라 어떤 지원사업들을 돈을 지원하니, 활동가는 당연히 지원기관이 요청하는 것을 모두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일한다. 자연스레 지원을 받는 조직이나 활동가도, 처음에 그 활동을 시작한 마음은 옅어지고, 예산 받고, 일해서 보고서 써내달라는 대로 써냈으니, 내 할 일은 그것으로 끝났다라는 염세적인 염가 공급자, 피고용인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한강조합은 달랐다.

이름 없이 표안나는 일들, 365일 해도 잘 알아 주지 않는 활동들에 한강조합은 돈을 지원한다는 갑된 마음이 아니라, 당신이 활동이 필요하다고, 가치있다고, 함께 해보지않겠느냐고 샛강에 드나드는 시민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활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정성껏 초대하는 것도 모자라, 한강조합의 대표와 실무자가 활동에 때때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자로 참여하고, 활동의 가치를 직접 느끼고, 다른 사람, 다른 기회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활동 시작과 끝에는 사무국에 빵이라도 한 봉지라도 있으면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는 구성원으로 대했다. 샛강에 모인 사람들은 신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강조합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를 얻게된 이들도 마찬가지로 신남이 느껴졌다. 방문자 센터 문여는 일을 하는 사람은 개장시간이 1시간도 더 남았는데 일찍 출근하기도 하고, 전에는 다른사람에게 말한마디 건네는 것이 힘들어했던 사람은 방문객과 눈을 맞추며 샛강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저 시민이지만, 시간을 내 샛강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장점과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을 통해, 사람들은 샛강이라는 공간에서 웃고, 일상을 나누며,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었다.